즉, 성의 분화는 안드로겐이나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등의 성호르몬 등에 의해 7주 이후에 분화되어 결정되는 것이다. 위 그림의 볼프관과 밀러관은 성분화 이전에 각각 남과 여로 결정될 성선을 준비하는 이전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한의학에서 얘기하는 "전여위남, 전남위녀" 즉, 태아의 성전환은 이론상 8주안에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베일벗는 性분화 신비]「염색체 결정론」 한계
일반 사람들이 가진 잘못된 상식 중 하나가 남성과 여성은 단순히 XY, XX염색체로만 결정된다는 믿음이다. 그러나 현대과학의 발달과 함께 여성과 남성의 구분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성전환수술을 받은 사람의 염색체는 원래 성으로 남아있다.
▽모든 인간의 원형은 여성?〓태아는 자궁에서 생식기관을 비롯한 모든 신체 기관이 자라난다. 외부 생식기의 경우 처음에는 여성이 원형으로 되어있다. 이후 여성과 남성으로의 분화는 반드시 성염색체가 XY냐 XX냐에 따라 결정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성 호르몬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미국 존 머니박사의 ‘아담의 법칙’에 따르면 ‘남성 호르몬이 부족하면 여성 패턴으로 기관이 발달한다’. 다시 말해 남성을 만들기 위해서는 남성호르몬인 ‘안드로젠’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반면 여성이 되기 위해서는 여성호르몬으로 알려진 ‘에스트로젠’이나 ‘프로게스테론’ 등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드문 경우지만 XY 남성염색체를 가진 태아라도 안드로젠이 부족하면 여성으로 발달하게 된다.
거꾸로 임신부가 남성호르몬인 안드로젠이 과다하게 포함된 약을 잘못 복용할 경우 XX염색체를 가진 여아가 남성으로 둔갑해 태어나기도 한다. 안드로젠의 양에 따라 여성이면서도 남성과 비슷한 소음경이나 음낭주머니를 갖고 태어나는 경우도 있다.
▽양성(兩性)을 가진 인간〓남성을 결정하는 Y염색체는 X염색체에 비해 질량이 5분의 1에 불과해 유전물질로는 최소량만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유전학자들은 “남성이 유전과 관련된 병에 여성보다 더 예민하다”고 말한다.
유전자의 오류가 나타난 형태로는 XXY(클라인펠터 증후군) XYY,XO(터너 증후군) 등이 있다. 이러한 유전자장애의 경우에도 Y염색체가 있다면 대부분 남성으로 발달하게 된다. 그런데 터너증후군 태아의 경우 난소나 고환을 모두 갖지 못한채 성선(性腺)만 남고 겉으로는 여성으로 태어난다.
거꾸로 고환과 난소가 모두 발달하는 희귀한 사례도 있다. 과학자들은 이 경우를 ‘자웅동체성(양성)’이라고 부른다. 88년 영화화된 ‘사방지’도 따지고 보면 남성과 여성의 생식기관이 모두 발달한 터너증후군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성의 분화는 사회적 압력?〓의학의 눈부신 발달로 이제는 남성이 여성으로, 여성이 남성으로 바뀔 수 있다. 미국에서는 남자 쌍동이중 한 명이 생후 7개월 때 포경수술을 받다가 의사의 실수로 음경을 제거하는 사고가 있었다. 부모는 고민 끝에 아이에게 성전환 수술과 호르몬 교정 치료를 받게 했다. 과학자들은 6년후 이 아이가 매우 여성적으로 성장하는데 성공한 것을 목격했다.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부여된 성과는 별도로 스스로의 성적 정체감과 주위 환경의 영향에 의해 충분히 다른 성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김종래기자〉jongrae@donga.com
출처: 동아일보
http://www.donga.com/fbin/output?sfrm=1&n=199906110126